2025년을 대비하려면 - <교보문고, 2025 Trend Preview> 후기
교보문고에서 오는 홍보문자가 그날따라 눈에 확 띄었다.
"2025 트렌드, 새 기회를 잡아라"는 문구는 내게 건네는 화려한 선물 같았다.
4명의 연사가 장장 4시간 반을 진행하는 강연이었고,
평일에 진행되는 강연이었지만, "새 기회"를 잡고 싶은 나는 강연을 홀린 듯이 신청했다.
사실 4명의 연사에 대한 정보는 전무했고,
그나마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은 매년 발간되자마자 바로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는 책이자,
수년동안 발행해 온 스테디셀러였기에,
그 책의 저자가 나와서 이야기하는 것만 들어도 꽤 가치 있겠다,라는 마음으로 강연장에 향했다.
SNAKE SENSE, 뱀의 감각처럼 예민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트렌드 코리아 2025>의 공저자, 전미영 작가님
이맘때쯤 서점에 가면 제일 눈에 띄는 매대에 쫙 깔려있는 김난도 교수님의 얼굴로
벌써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오는구나를 느낀다.
그만큼 수년간 한국의 트렌드와 관련된 키워드를 분석하고 연구해 왔고,
소확행 등과 같이 우리 삶에서 쓰지 않았던 단어를 유행시키기도 할 만큼 영향력이 큰 책이다.
그 책의 공저자인 전미영 작가님이 <트렌드 코리아 2025>의 10가지 키워드에 대해 강연을 해주셨다.
이미 벌써 직접 체감하고 있는 부분도 있고,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많았다.
10가지의 키워드를 들으며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키워드는 아래와 같다.
아보하 - 아주 보통의 하루, 너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일상.
토핑경제 - 기성 상품에 나만의 독창성을 토핑처럼 얹는 소비심리.
무해력 - 내게 해를 끼치지 않는 무해한 사물들이 주는 안도감.
원포인트업 - 매일 1점씩만 성장하기.
이 4가지의 키워드는 하나의 흐름을 관통한다고 생각했다.
바로 '거대한 포부보다는 작은 만족'을 중요시하는 태도다.
최선을 다해서 어렵게 쟁취하는 커다란 가치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의 소소한 행복과 성장에 좀 더 초점을 두는 키워드였다.
그만큼 대단한 성과나 성장이 자신들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세대가 늘었다는 반증인 것 같아서,
또는 그만큼 경제가 크게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오는 자기 합리화처럼 느껴져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내가 스스로 눈을 뜨자
<피벗의 시대 2025년 경제전망>의 저자, 김광석 작가님
작가님은 등장하자마자 포스가 남달랐다.
청중을 휘어잡아 단숨에 집중을 시키는 모습에서 이미 반쯤 홀린 듯했다.
강연의 제목은 '2025년을 결정지을 18대 경제트렌드'였지만,
한정되어 있는 1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그 내용들을 다 다룰 수 없었기에,
작가님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경제를 바라볼 줄 아는 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이 그림을 본 적이 있는가.
눈이 먼 자들의 줄을 지어 가는데, 또 다른 눈이 먼 자의 안내를 받으며 가고 있다.
맨 앞에 지도자가 앞으로 고꾸라졌고, 그다음 사람 역시 곧 넘어질 것 같다.
작가님은 이 그림을 보여주면서
자신도 앞이 안보이면서 누군가를 이끄려는 사람들 뒤에 서서 따라가지 말고, 내가 스스로 눈을 떠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충격적인 메시지였다.
나는 내 앞을 안내하는 사람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따라가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 같단 생각에 부끄럽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작가님이 강조한 것은 결국 금리였다.
누군가 이끌고 가는 대열에 합류할 것이 아니라면,
결국 내가 금리의 흐름을 볼 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0년 후의 집값?
떨어질 것인가, 오를 것인가.
지난 시간을 돌아봤을 때, 단 한 해도 돈의 가치가 하락하지 않은 해가 없었다.
물가는 매년 오른다.
거시적 관점에서 돈의 가치가 계속 하락하기 때문에
우리가 집을 살 때 매년 더 큰 돈을 줘야 한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집의 가치가 가격에 정비례해서 계속 커지기 때문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계속 하락한다는 것을 몇 번이고 강조하셨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에게 배울 점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5> 의 저자, 정희선 작가님
아무리 가까운 일본이라 할지라도 타지에서 10년을 살면서,
일본을 분석하고 소개하는 일을 하는 작가님의 직업 자체가 멋졌다.
비록 본인이 강연에는 서투를 수도 있지만,
남들은 할 수 없는 본인의 강점을 가감없이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 강연을 시작하셨다.
앞선 두 강의와 달리 정말 새로운 이야기였다.
사실 처음 강연을 시작할 때는, 가장 반신반의 했던 강연이기도 했다.
내가 일본의 소비 트렌드에 대해 굳이 왜 알아야 하지?
라는 생각이 컸었다.
그러나, 저성장, 고령화, Z세대라는 3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파생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겪어내고 있었다.
물론 다양한 배경이나 세부적인 상황 자체는 많이 다를 수 있지만,
일본을 관통하고 있는 큰 흐름은 우리 역시 감내해야 할 파도이기 때문에
그들의 대응방식을 본다면 우리도 선제대응할 수 있겠구나 마음이 들었다.
작가님 역시 그런 관점으로,
현재 일본의 상황,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 애쓰는 그들의 노력에 대해 소개해주셨다.
우상향 하지 않는 일본인들의 월급 그래프,
300원 오른 마요네즈에 요동치는 민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있는 제품에는 돈을 쓰는 소비자들,
5분이라도 운동하고 갈 수 있는 헬스장 등.
흥미로웠고 우리나라에도 적용해 볼 수 있겠다 싶은 서비스도 많았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작가님이 준비한 내용을 다 보여주지는 못했다.
Z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게 매우 아쉬워, 이 부분은 작가님의 책으로 꼭 대신하리라 마음먹었다.
뗏목을 만들어 섬을 탈출하자
<시대예보: 호명사회>의 저자, 송길영 작가님
송길영 작가님의 전작,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가 아주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였기 때문에 작가님에 대해 들어는 봤었다.
그러나 이렇게 재치있게 말을 하면서도 그 속에 날카로운 통찰력을 담아
당장 내가 행동할 수 있도록 엉덩이를 발로 차주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
조직의 타이틀을 버리고,
나만의 키워드를 가진 '나'라는 사람으로 불려져야 한다고 했다.
회사에서 내가 불리는 '대리님'이라는 호칭은,
회사 밖을 나오자마자 아무 데서도 쓸 수 없는 '짐바브웨 화폐'와 같다고 했다.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 회사가 평생 나를 안고 가리라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내 경력은 다 흘러가는 물과 같고,
내가 아등바등 승진하려고 노력해서 얻었던 직급은 한낱 종이쪼가리에 불과했다니.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AI의 성장을 이제는 사람이 따라갈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람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우리는 생각을 하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잡다한 건 이제 기계한테 시키고 우리는 어려운 것을 하자.
EASY COME, EASY GO.
우리가 하는 일은 AI가 할 수 없고, 남들도 할 수 없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되, 사회의 변화를 곁들인, 나만의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강연이 끝난 후
사실 현장에서 작가님들의 사인을 담은 책을 구매하고 싶었으나,
시간 상 여의치 못해, 집에 오는 길에 교보문고 앱을 켰다.
(마지막 연사였던 송길영 작가님의 사인을 받기 위한 줄은...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아무런 기대도, 정보도 없이 왔던 강연이었는데,
2025년을 이렇게 대비하면서 새해를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나 기쁘고 다가올 새해가 설레기까지 하다.
매년 연말, 반드시 해야할 하나의 루틴이 될 것만 같다.
교보문고에서는
이렇게 작가들의 강연만을 따로 기획하는 '강연팀'이 있다는 사실도 오늘 처음 알았다.
책으로 흥미를 얻고 그 작가의 강연을 듣거나,
원하는 주제의 강연을 들으면서 그 작가 또는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책과 사람으로부터 지혜와 깨달음을 얻어가는 플랫폼을 알게 된 게
어쩌면 오늘의 가장 큰 수확이다.
오늘의 연사들의 책.
찬찬히 실물로 읽어볼 예정.
더불어, 교보문고에서 심혈을 기울여 홍보하고 있는 듯한 ㅎㅎ
'위즈덤 칼리지'를 덧붙인다.
다양한 분야에서 통찰력 있는 연사들의 강연을 들었다는 것이 오늘 매우 흥분됐었는데,
교보문고에서 아예 각 잡고, 더 다양하고 더 풍성한 연사들의 강연을 아예 연간 서비스로 기획을 하고 있었다.
가격적인 부담은 있지만, 대단한 연사들의 면면들을 본다면 그 이상의 가치를 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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